사랑해요 세스코.

세스코 희망을 줘서 감사합니다.


 벌레? 난 그게 뭔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초등학생때는 다리가 6개면 곤충, 다리가 더 많으면 벌레라는 식으로 분류했던 것 같던데 어느새 살다보니 그런 구분이 모호하게 됐다. 아무도 깊게 신경쓸 이유가 없었기에 자연스레 잊혀진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런 분류들은 내 기억 속에서 잊혀진 것이 아니라, 내가 성장통을 겪는 과정에서 그 분류법이 달라졌을 뿐이다. 어릴 적에만 해도 벌레만 보면 무서워서 방 구석까지 기어가 몸을 잔뜩 움츠리고 울먹거렸던 나는(사실이다.) 갑작스런 우환으로 그 어린 나이에 별의 별 일을 다 겪었고, 굳이 벌레와 곤충을 구분하는 것 보다는 정말 자신에게 해로운 사람과 해롭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법을 더욱 중요시 하게 됐다. 그리고 그 자리에 '벌레' 라는 이름이 들어선 것이다.
 저 사람은 진짜 벌레같애. 해충이야 해충. 살면서 도움이 안 돼. 왜 살까? 하는 무자비한 생각들을, 나는 적절한 선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난 사람들을 보며 쏘아뱉었다. 그리고 심지어 가끔씩 그런 사람들을 내가 멋진 퇴마사 처럼 퇴치해 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다. 마치 세스코처럼.
 요새 tv에 이 회사의 CF가 나오는지 나오지 않는지는 잘 모르지만 내가 초등학교 적에는 빨간 웃는 입모양 위에 그려진 세스코라는 광고가 지금 내게 정말 인상깊게 남아있다. 친절을 다하며 남을 위해 (돈을 받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당한 댓가일 뿐) 성심성의껏 봉사하는 그들의 모습이 드러났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CF야 뭐 인기 아이돌 및 유명한 탤런트들이 전부 꿰차고 있지 않았는가. 지금에야 독특한 광고들이 많다손 치더라고 그시절에는 (아마 사내모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러한 사람들이 직접 일하는 장면, 그리고 약간의 효과로 그들이 하는 일을 확실하게 전달해주는 그 이미지에 호감이 갔었다.
 하지만 모두 지나간 일이듯이 이 호감갔던 CF는 기억에서 점차 흐려졌고, 나는 아직도 사람을 이분하는 버릇을 전부 고치지 못했다. 그런 찰나에 세스코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한 포스팅을 봤다.
 가히 충격이었다. 인터넷이건 뭐건, 재치있게 핵심을 찌르면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말재주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대화의 장이건 서로의 의견이 있고, 대부분 일어나는 일은 의견들의 충돌 혹은 약간 어설픈 조화다. 헌데 이 q&a 는 정말 사람의 기운을 복돋아주는 멋있는 센스들로 가득차있다. 어쩌면 우리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성지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사람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야 내가 많이 변한 걸 느낀다. 어설프게 고독을 향유했던 과거 어린 시절보다는. 조금은 익숙하게 고독을 즐기며 남에게 선행과 친절한 말을 베푸는 것을. 분명 내가 겪어온 수많은 일들 중에서 이 회사의 게시판지기같은 분의 영향이 없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웃음은 퍼지고 또 퍼지는 것이니까.
 한 가지 말하자면 나는 지금 엽서에 그려진 웃고있는 작은 아이들을 보면서 웃고 있다. 비록 그 아이들이 어느 나라에 살면서 그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자세한 사실은 몰라도 그들이 진심으로 웃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내가 웃고 있으니까.
 

by 건강한하체 | 2008/11/11 22:46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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